야생화 이야기[ 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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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현대농원 작성일 19-01-04 22:28 조회 2,432회 댓글 0건본문
[박선주의 야생화 이야기] -가장 한국적인 꽃 빛을 가진 야생화, 초롱꽃
'이해인 수녀님'의 '초롱꽃'이라는 시가 있다.
"내 마음은 늘 차고 푸른 호수입니다. 그러나 당신이 오시면 뜨겁게 움직이는 화산입니다. 당신이 사랑으로 내 이름을 불러주시면 조금 더 총명해지고 조금 더 겸손해지고 조금 더 믿음이 깊어지는 한 송이 꽃입니다. 당신의 발걸음을 들으면 고요한 마음에 파문이 이는, 가만있을 수가 없어 맨발로 뛰어나가는 참 어쩔 수 없는 초롱초롱 초롱꽃입니다." 총명, 겸손, 믿음을 '초롱꽃'을 통해 표현한 참으로 아름다운 시다.
예쁜 꽃을 보면 한참 동안 감상하고 사진을 찍는 버릇이 어언 25년이 되어간다. 아내가 부르는 소리도 듣지 못하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넋을 잃고 유심히 관찰하고 있었다.
초롱꽃을 보는 순간 '종'(bell)이 생각난다. 꽃 모양이 종처럼 생겼기 때문이다. 줄기 끝에 맺힌 여러 꽃송이가 아래를 향해 매달려 있으며, 암술과 수술은 꽃 안쪽에 있어 보이지 않는다. 산에서 자생하는 초롱꽃은 무리지어 자라며, 꽃 색은 순백색이 아니고 약간 상앗빛이다. 흰 꽃이라 말하긴 하지만 보통 희지도 않은 흰빛의 초롱 꽃송이는 화려하지 않다. 소박하면서도 기품이 있고, 정감 어린 그런 색과 모양을 지녔다. 한지로 만든 듯한 꽃잎은 향이 그리 많지도 않고 청초한 느낌이다. 초롱꽃이라는 말은 꽃 모양으로 꼭 '초롱' 모양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다고 해서 불리고 있다.
초롱꽃의 학술적인 이름은 '캄파눌라'(Campanula)이다. 라틴어로 '점이 많은 작은 종'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실제로 초롱꽃을 자세히 보면 작은 점이 많이 있다.
초롱꽃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자. 옛날 어느 마을에 종지기 노인이 줄곧 시간을 맞추어 종을 치며 살았다. 그런데 어찌나 그 시간이 정확했던지 마을 사람들은 이 종소리에 따라 성문을 열고 닫았을 뿐만 아니라 식사나 모든 일까지도 맞춰서 했다. 그 노인은 가족이 없어 이 종에 정성과 관심을 몽땅 쏟았다. 그에게는 이 종이야말로 가족이요, 이 세상을 살아가는 유일한 위안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이 마을에 새로운 원님이 왔다. 원님은 이 종소리를 무척이나 싫어해서 종 치는 일을 그만두도록 명령했다. 종지기 노인은 너무 슬펐고, 종을 치지 못한다면 세상을 살아갈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다. 결국 높은 종각 위에서 몸을 던져 버리고 말았다. 그 자리에서 종 모양을 하고 맑은 종지기의 마음 같은 빛깔의 꽃이 피어났는데 바로 초롱꽃이었다고 한다.
요즘 강력하고 자극적인 변화에 익숙해진 우리네 삶, 종지기의 종에 대한 사랑과 삶이 왠지 가슴에 와 닿는다.
초롱꽃은 먹을 수 있는 식물이다. 연한 잎과 줄기를 삶아 나물로 먹거나 말려서 먹는다. 꽃으로 차를 만들어 마시기도 하는데 요즘처럼 더울 때 얼음을 띄워 시원한 차로 마시면 일품이다. 한방에서도 폐에 좋은 식물로 알려져 있다. 요즈음 미세먼지로 온 나라가 시끌벅적한데 몸에도 좋고 한국적인 꽃 색을 가진 초롱꽃을 찾으러 동네 한 바퀴 돌아보자. 특히 달빛을 받은 초롱꽃은 청사초롱처럼 매달려 여러분을 맞을 것이다.
박선주 영남대 생명과학과 교수(야생화 전공) 출처 - 대구매일신문홈페이지